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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1 교육철학 56(2015. 8) : 1~33.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 <> 1) . 들어가며 . 연구방법 . 주요 이론 및 문헌 검토 . 한-독 교사 대상 설문조사 내용 비교 분석 . 결론: 독일 IGS 교실문화의 시사점 참고문헌 Abstract . 들어가는 말 지금까지의 교육이 보이는 성과와 결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보이지 않는 가능성과 사회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전자(前者)는 사회에 적합한 구성원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교육 을 대표하고, 후자(後者)는 인간개발을 위한 목적으로서의 교육을 의미 한다. 수단으로서의 교육은 공장식 대량생산 방식에 따른 획일화된 사 회구성원 생산이라는 과거를 대표하며, 목적으로서의 교육은 문화를 중 심으로 다재다능한 인간성의 개발이라는 미래를 대표하는 것이다. 따라 서 지금 우리사회가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다재다능한 인재 * 이 논문은 2012년도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연구지원(SSK) 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 음.(NRF-2012S1A3A2033600) ** 한양대학교 연구조교수. [email protected] *** 독일 막스플랑크 종교와 민족다양성연구원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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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1

교육철학 제56집(2015. 8) : 1~33.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김 현 철**·정 진 헌***

<목 차>1)

Ⅰ. 들어가며

Ⅱ. 연구방법

Ⅲ. 주요 이론 및 문헌 검토

Ⅳ. 한-독 교사 대상 설문조사

내용 비교 분석

Ⅴ. 결론: 독일 IGS 교실문화의

시사점

참고문헌

Abstract

Ⅰ. 들어가는 말

지금까지의 교육이 보이는 성과와 결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의 교육은 보이지 않는 가능성과 사회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전자(前者)는 사회에 적합한 구성원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교육

을 대표하고, 후자(後者)는 인간개발을 위한 목적으로서의 교육을 의미

한다. 수단으로서의 교육은 공장식 대량생산 방식에 따른 획일화된 사

회구성원 생산이라는 과거를 대표하며, 목적으로서의 교육은 문화를 중

심으로 다재다능한 인간성의 개발이라는 미래를 대표하는 것이다. 따라

서 지금 우리사회가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다재다능한 인재

* 이 논문은 2012년도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연구지원(SSK) 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

음.(NRF-2012S1A3A2033600)

** 한양대학교 연구조교수. [email protected]

*** 독일 막스플랑크 종교와 민족다양성연구원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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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원한다면 지금까지의 전통적 방식에 따른 과거교육을 전면 재검

토하고 소통의 새로운 미래교육을 시급히 전망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의 사회는 새로운 아이디어 하나가 한 사회의 생존과 경쟁력을 모두 결

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미래교육 전망에 기여하고 국가별 교육 시스템 특

성에 대한 성찰적 접근을 위해 한국과 독일의 중등교육기관의 교실문

화에 대한 비교분석을 시도하였다. 즉, 학교생활의 기본 단위인 교실이

라는 공간의 문화적 특성은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형성되었는가 그리

고 형성되고 있는가를 비교함으로써 지역적 특수성과 국제적 보편성을

고려한 향후 대안 마련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교실문화

주체 중 하나인 교사들에게 세 가지 핵심 주제들, 소통, 인재, 미래교육

에 대한 관점과 의견을 묻고 그에 대한 답변을 비교 분석하여 이론적

실천적 차원에서 유의미한 교훈을 도출하고자 했다.

근대 공교육의 모델로서 초기 중앙집권식 독일의 교육 시스템은 일

본 제국이 모방하여 식민지 조선의 교육문화에 그 흔적을 남기기도 했

다. 획일화된 국민을 양성하고자 했던 상징적 실천으로서의 교복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Seth, 2002). 종전이후 최근까지의 독일은 다른 나

라에 비해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원류를 보여주는 국가”로 인정되고

있으며,1) 최근 정치, 경제, 사회 여러 분야에서 한국이 타산지석으로

삼고자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반면에, 독일 학교에 대한 질적, 양적 연

구방법에 의한 이해나 학문적 검토는 아직 많지 않은 상황이다.2) 때문

에 본 연구에서는 우선 위에서 제시한 주제들에 대한 현황 파악과 더불

어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첫째, 독일과 한국 교사들이 소통의 중요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으

1) 2014년 6월 21일 개최된, 원탁토론아카데미와 경기교육학회 공동학술심포지엄 “독일교육을

통해 새 시대의 교육을 그리다”의 학술대회 대회장 문병선(의정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의 발

표 중에서.(학부모뉴스 24, http://www.sptnews24.com/news/articleView.html?idxno=1647)

2) 위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 중 하나인, 이상오(연세대학교)의 “독일의 학교민주주의와 시

민교육에 대한 연구”(교육의 이론과 실천, 19(2): 23-52, 2014)는 본 연구와 유관한 독일 교

육의 역사적 맥락과 의미, 그리고 민주주의 및 시민 의식 양성 측면들을 설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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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또한 하나의 교육적 활동으로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소통이라는 개념은 뒤에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최근 한국사회

및 교육현장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화두이자 실천행위이다. 독일에서의

소통은, 근대 이성주의 철학사상사를 관통하며 매우 오랜 전통을 자랑

한다. 특히, 이론적 차원에서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소통 행위 이론(the

theory of communicative action, 1984 & 1987)이 현대 철학 및 사회학

이론의 중추를 이룰 정도로 정치 및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핵심을 이루

고 있다. 본 연구에서 선정한 학교를 통해 본다면, 독일 교육에서 소통

은 곧 학교 생활세계(lifeworld)의 가장 중요한 일상이자, 교실문화의 근

간을 이루고 있다.

둘째,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과연 어떠한 “인재상”이 선호되는지 그

유사성과 차이점을 이해하고자 했다. 물론, 교육과 문화에서의 소통이

란 사람간의 관계뿐 아니라 사물 일반과 그 현상으로서 사건이라는 외

부 세계 전반과의 관계를 전제로 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 주체인 학생

이 어떤 인재로 길러지는지 혹은 어떤 성향과 자질이 인재 구성으로 인

정되고 계발되는지 그 문화적 차이 여부를 고려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

다. 특이한 점은 두 학교 교사들 모두 유사한 인재상을 가진 반면, 그

방법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심층적인 분석을 시도하였다.

셋째, 미래교육에 대한 질문을 통해 소통과 인재에 대한 총괄적 관점

및 현 교육 시스템에 대한 평가와 전망까지 압축적으로 비교해 보고자

했다. 교육의 미래에 대해 한국과 독일 교사들 모두 다소 긍정적으로

보았으나, 그러한 긍정적 성과를 위한 방법 차원에서는 유의미한 차이

를 보였다. 즉, 한국 교사들은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의 한계를 인식한

반면, 독일의 교사들은 현 공교육 시스템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보다 다양하고 자율적 실험들이 발현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본 연구는 소통과 인재 그리고 미래교육에 대한 한국과 독일교사들

의 인식 비교 분석을 통해 교실 단위로부터 학교 및 교육 일반을 관통

하는 문화 형성의 가능성을 전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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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는 교육과 문화에 대한 철학적, 실천적 질문들을 내포하고

있다. 즉 독일 학교의 과정중심적 교육관점과 지속가능한 시스템의 개

발과 일관된 활용 등을 거울로 삼아 한국의 교육 근간을 성찰할 수 있

을 것이다.

Ⅱ. 주요 이론 및 문헌 검토

본 연구는 교실문화라는 개념과 범주를 설정하여 그를 구성하는 주

제들을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새롭게 다루고자 했다. 교실은 학교, 나아

가 교육 문화가 형성되고 재현되는 기본 공간으로, 자칫 교육 문화를

논함에 있어 지나치게 광의적이고 형이상학적으로 전개되는 논의들을

지양하고, 현장성 중심의 살아있는 토론을 위해 제안한다. 따라서 본고

에서의 교실은 메타포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보다 일관되고, 역사

적 맥락을 고려한 이해와 분석을 시도하고자 먼저 본 연구와 직접적으

로 연관되는 주요 이론과 기존 논의들을 검토하였다.

1. 소통에 대하여

문화는 소통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소통의 방식과 내용을 규정한다.

문화는 곧 소통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특히 교육은 소통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문화 체제이다. 이러한 소통이 우리 사회의 화두

가 된 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소통의 개념과 불통의 원

인과 대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것

은 한편으로 자신의 의도와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수단으로서 소통을

바라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관계에 아

예 무관심함으로써 서로 교류할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보

인다. 소통에 대한 태도가 본래 사람간의 상호관계성에 기초한 소통법

으로 발전하지 못함으로써 이른바 간섭하거나 아니면 방임하거나의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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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 태도만 남은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상호이해 관계의 확인이나 이

해의 확장 정도로 소통을 이해한다면 이러한 간섭과 방임이라는 극단

적 상황을 극복하기 힘들며,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사회라는 범주적 관계

로부터 소통의 의미와 경로를 밝히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와 교육의 위

기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찬호는 한국 교육의 위기를 현실적 삶과의 단절과 소통

의 두절이라는 큰 두 줄기로 요약한다. 특히 소통의 두절로 인해 청소

년들이 “관계 속에서 자아를 표현하고 타자를 이해하는 공감력과 이해

력을 증진시키지 못한다”고 진단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문화교육을

강조한다(김찬호 2001, 36). 김지현은 “교육이라는 활동의 일환으로 전

개되는 언어적 소통을 ‘교육적 소통’이라고” 규정하고 구성주의적 소통

이론의 교육적 함축을 강조한다(김지현 2001). 정재찬은 사회적 소통과

관련해 국어교육을 논한다. 그는 “우리의 언어와 언어문화에 대한 이해

와 전수를 넘어서서 그것을 비판하고 새로운 언어문화를 창조할 수 있

는 사고력을 함양하고 이를 통해 창조적인 언어문화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것을 소통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고 있다(정재찬 2006, 313). 한

귀은은 “일반적인 대화적 소통이라기보다는 상호주체성

(inter-subjectivity)으로서의 소통”, 즉 “‘나’와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진

담론 주체의 관점과 의도를, 오히려 ‘나’의 생각을 넓히는 환경으로 보

고” 소통을 위한 논술 교육을 제시한다(한귀은 2007, 428). 이재영은 참

여를 소통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결과로 보고 참여의 기술에 대한 교

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이재영 2007, 165). 김형철은 훗설(E. Husserl)

의 ‘생활세계’ 개념을 빌어 도덕 수업에서 학생들이 소통해야하는 대상

으로 이 ‘생활세계’를 강조한다(김형철 2008).

학습자 중심 수업에서의 소통을 주제로 수행된 연구도 있다. 이때 소

통은 “단순히 의사소통 기법 문제뿐만 아니라, 교실이라는 공간을 관계

적이며 문화적 범주에서” 논의된다. 이러한 소통 개념은 ‘교육적 소통’

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교육의 의도성과 소통의 상호성 간에 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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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한다. 이러한 충돌을 극복하기 위해서 학습자 중심 수업은 반드시

교사와 학습자 사이에 상호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이정표 외 2012).

정해연은 여러 교육현장의 문제를 소통의 부재로 진단하고 소통 능력

의 증진을 목표로 한 독서지도를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소통

을 “의견과 상황과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이해한다”는 의미로 규정한다

(정해연 2012). 정훈과 권성호는 “아이들을 주변 세계 및 타인과 소통하

고자 하는 욕구로 충만한 존재”로 보는 프레네 교육철학을 통해 그의

철학이 소통 능력 함양이 구현되는 교실 실현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한

다(정훈, 권성호 2013).

김정원, 신철균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이해와 소통을 직접적으로 다

룬다. 김정원, 신철균은 학생과 관계 속에서 교사의 소통 능력을 이해

와 구분하여 “교사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학생의 감정과 생

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으로 규정한다. 즉, “생각과 느낌을 학생과 상

호 공유하는” 수준 정도를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소통의 수준이 점점 낮아지며, 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또 대도시의

경우에 교사와의 소통 수준을 높게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리고 학생과 교사와의 소통의 양에 대한 인식 차이가 비교적 큰 것으로

분석한다(김정원, 신철균 2014).

이와 같이 최근까지 소통에 대한 연구들은 소통이 교육의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때

소통은 단순히 의사소통이라는 기능 이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소통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규정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

는 소통의 대상을 설정하고, 그 주체와 대상의 속성을 규정하는 방식에

의해 발생한다. 또 이러한 소통 개념의 차이는 이 소통의 증진을 위한

교육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에 대해 상이한 접근방식을 취하게 한

다. 따라서 소통에 대한 정의를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목적으로서의 소

통개념과 소통의 주체와 대상 그리고 실질적인 교육현장 조건 속에서

실현가능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자연과 인간 그리고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7

사회라는 인간을 둘러싼 객관세계 전체에 대한 관계적 의미로서 소통

을 바라볼 수 있고, 자연-인간-사회 간의 관계를 가능하게 만드는 원칙

을 소통의 요소로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에 따라 소통이란, “어떠한 물(物)이나 사건(事件)이 객관세계와 서로 상

호적, 등가적, 전방위적, 무차별적으로 통(通=communications)하는 것”

(김현철, 2014)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개념은 소통의 범주와 대상으로

서 자연과 사회 모두를 상정하고 있고, 또한 그 주체로서 인간과 소통

의 대상간의 관계에 대한 상호성, 등가성, 전방위성 그리고 무차별성이

라는 원칙을 모두 충족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대단히 포괄적이고 엄

격한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소통을 단순한 인간간의 이해관계의

교류라는 협소한 틀을 깨고 소통과 관계의 대상을 자연과 사회로 확장

시키고 그 관계성의 기준 또한 정립함으로써 소통개념의 지평을 관계

론에 기초해 존재론과 인식론까지 넓혔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2. 미래인재에 대하여

문화는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변별하는 근원적 특성이면서, 위의 소

통 개념 논의에서 함의하듯, 인간과 주변 세계와의 관계를 의미화하는

규범도 제공한다. 즉, 인간이라는 존재를, 인간 아닌 생명 및 (비)물질

과의 관계속에서 인지하고 위치짓게 한다는 것이다. 소통이 전제된 교

육에서 그렇다면 어떤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문화 재생

산 및 변화를 염두에 둔 근원적 과제이다. 이러한 미래 지향적 인재에

대한 논의는 그 동안 적지 않게 진행되어왔다. 예를 들어, 신현석, 박균

열, 엄준용은 미래사회의 특징을 지식기반사회로의 이행 심화, 정보화

체제 확산, 시공간의 압축과 글로벌 경제중심의 세계화 확산, 다원주의

경향 강화로 예측하고, 이에 부합하는 창의적 인재를 제시한다. 시대

변화에 대한 적응력, 자기주도적인 문제해결 능력, 핵심적인 교양능력,

지식 구조에 대한 이해력을 미래인재가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 본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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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 외 2008).

신창호는 우리나라의 시대적 인재상을 사적으로 분석한다. 건국 초

기 국가 관리형 인간, 60년대 전문 직능인 중심의 경제형 인간, 70년대

기업체형 인간, 80년대 자원기술 관리자로서의 영재, 90년대 이후 창의

적 지식인으로 국가가 추구하는 인재상이 변화하였다. 이를 통해 인재

양성이 시대를 반영한 국가의 교육 목표임을 알 수 있다(신창호 2008).

배형준, 오현석도 신문기사 제목을 분석한 사적 연구를 통해 “인재

개념의 패러다임이 첫째, 국가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부 일꾼에서 글

로벌화된 세계에서 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둘째, 초중등교육 수준에

서 고등교육 수준으로, 셋째, 학교를 통해 배출되고 정부에서 활용되는

존재에서 사회 진출 후 기업에서도 지속적으로 개발․양성되는 존재로

변화”했음을 보인다(배형준, 오현석 2012).

이혜주, 정인화는 인재양성과 관련하여 20세기에 창의성 개념연구의

특징이 인지적 특성, 인성적 특성, 환경․생태학적 특성으로 변화하였음

을 보인다. 또 21세기에는 사회․문화적 측면의 강조와 함께 생태학적

특성과 융합된 다차원적 접근이 요구됨을 주장한다(이혜주, 정인화

2012).

김왕동은 2011년 정부가 제시한 과학예술융합교육(STEAM)에 적합한

창의적 융합인재의 개념을 제시한다. 창의적 융합인재를 “두 가지 이상

의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체화하거나 활용 또는 참여함으로써 창의

적 성과를 창출하는 인재”로 정의하고, 그 융합의 유형에 따라 ‘체화형

융합인재’, ‘활용형 융합인재’, ‘참여형 융합인재’로 나눈다(김왕동 2012).

도승이는 미래 인재 양성에 인성교육 또한 중요함을 역설한다(도승

이 2013). 김예슬, 정선양은 현 정부의 경제모토인 창조경제에 적합한

융합 인재에 대한 교육방향을 제시한다(김예슬, 정선양 2014).

이러한 연구를 통해 보면, 인재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

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정부와 사회에서 특정시기에 요구되어지는

기능적 인간상이 그 인재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다. 현 정부가 지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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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인재상은 “창의적 융합인재”라 할 수 있는데, 이때 “창의성” 역시

시대마다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시대적 필요

에 따라 변하는 기능적인 인재의 양상이 우리 학교교육에서 추구해야

하는 교육적 목표로서의 인재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여기에는 인간의

수단화하는 전략이 교육에 함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인간을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교육현장에서의 가르침과 충돌하는 것은 아닌

가. 하지만 인력양성이라는 교육의 사회적 기능을 완전히 도외시할 수

도 없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인재교육”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3. 교실문화에 대하여

본 연구에서, 소통과 미래인재에 대한 논의는 궁극적으로 교실문화

를 성찰적으로 개념화하는데 유의미함을 주장한다. 기존 연구에서도 교

실문화라는 개념이 사용되었으나, 그 의미는 제한된 공간 영역과 그 영

역 안의 관계 양식을 지칭하는 것에 머물렀다. 이는 구체적 연구 대상

을 분석하는 데는 유의미하다.

예를 들어, 김영석(2001)은 교실문화가 비형식적 사고, 특히 논증행

위(argumentation)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며, ‘앎’과 ‘배움’에 대한 유연한

관념, 개방된 교실 분위기, 논증과정에의 적극적 참여, 우호적 관계를

그 척도로 제시한다. 강윤수, 정미라(2006)는 영재교육원에서 수업을

받는 중등영재아들의 교실문화를 관찰하였다. 이 아이들은 학업능력을

최고의 가치기준으로 삼으며, 영재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

념을 지니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일반학교과 영재교육원의 문화적 차

이는 주로 수업형태, 학생과 교사의 역할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

다.

도덕, 국어, 수학 등 개별 과목에 따른 교실문화 개선 방안이 연구되

기도 한다(서동명 2008, 주세형 2008, 백광호 2008, 박태호 2008, 김진

10 교육철학 제56집

호 2009). 정광순과 정수현(2010)은 초등학생들이 교실문화를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분석한다. 이를 통해 초등학교 교실문화는 교실 구성원들

이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만드는 과정이며, 이를 위해 구체적인 매개를

필요로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송진웅과 나지연(2014)은 창의융합과학

교육과 관련해 교실문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학급의 집단

창의성을 과학 교실문화의 관점에서 볼 필요성이 있으며, 과학과 타교

과, 그리고 일상의 통합적 접근이 다양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존 연구들이 시사하는 바는, 교실문화가 다양한 교과교육

에 일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교실문화는 해당 교실의

구성원에 의해 능동적으로 형성되고, 또 이러한 교실문화를 형성하는

과정이 그 구성원들의 삶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음을 함의하고 있다. 이

와 같은 성과들을 토대로 하되, 본 연구는 보다 세밀하게 교실문화를

개념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교실문화라는 개념에서, 교실은 협의적으

로는 수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요, 광의적으로는 미래 지향적 문화화가

이루어지는 관계의 장(field)으로 정의하고자 한다.3) 즉, 교실은 학교나

교육과 같은 상위 개념까지 포함하는 메타포로서, 우리가 흔히 교육 문

제를 다룰 때 흔히 겪게 되는 몰역사적 논의를 지양하고, 구체적 장소

(place)이자 역동적 사회문화적 공간(socio-cultural space)의 맥락을 고

려하여 문화화 과정을 다룰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방법론 차원에서 유

의미하며, 실제 독일교육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교실과 문화화라는 개념들이 과거 구조기능주의적 관점을 연상시킬지

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에밀 뒤르켐의 기능주의에 이어 탈곳 파슨스

(Talcott Parsons 1959)는 교실을 개인별로 상이한 본분(commitments)과

가능성(capacities)의 구성요소들이 생성되는 기본 매개단위(agency)로

3) 여기서 장(field)라 함은 삐에르 브르드외의 개념을 차용하여, 독특한 문화적 습관(habitus, 아

비투스)들이 형성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아비투스들이 만나 상충하고 재생산되거나 변형되

는 사회적 장(social field)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11

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그러나, 사회 질서와 가치의 재생산이라는 사회

화에 국한하지 않고, 더 나아가 가치의 다양성과 다층성이 생성되는 미

래지향적 “과정”으로서의 문화와 그 과정의 역동적 공간으로서의 교실

을 부각하고자 했다.

그 동안 문화 개념이 결합된 교육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들이 최근

한국 교육인류학계에서도 적지 않게 다루어졌다 (e.g., 윤여각 1999, 정

향진 2008, 서덕희 2009). 이들 논의에서 문화는 교육과 불가분의 관계

이다. 두 말할 나위없이 인간만의 영역이기에 더욱 그러한데, 교육인류

학자들은 “과정”과 “관계”를 무엇보다 강조한다. 따라서, 교실은 그러한

과정과 관계가 현실적으로 벌어지는 문화공간인 것이다.

본 연구에서 문화란, 학습되어 획득되며, 지속적 관계 속에서 변형되

는 지식과 습관의 총체로 본다. 교실은 곧 과거와 미래가 현재적 과정

으로 만나고, 서로 다른 세대와 관계 (교사-학생-학부모)가 접촉하는

공간 (contact zone (Pratt 1992))이다. 따라서 교육은 이러한 교실에서

벌어지는 문화화 과정에 대한 “의도적 간섭” (Spindler 1987, p.3; 정향

진 2008, p. 77)임에 동의할 수 있다. 또한 동시에 그 간섭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문화화되는 특별한 장치들, 예컨대 독일 IGS 학교에서 실시하

는 책상그룹 같은 실천적 문화 형성의 노력은 주의깊게 새겨둘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교실문화는 미래 인재로 자라날 차세대 자녀들(학생

들)을 중심으로 소통의 네트워크가 경험되는 과정으로 정의될 수 있다.

Ⅲ. 연구방법

이상과 같은 이론적 개념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한국과

독일의 교실문화에 대한 비교연구를 시도하였다. 이를 위해 양국의 사

회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해당 학교를 선정하였고, 교사 중심의 설

문 조사를 통한 양적 방법론과 심층 인터뷰 및 참여 관찰을 활용한 질

적 연구 방법을 함께 사용하였다.

12 교육철학 제56집

한국은 교육 및 문화 활동이 서울 수도권에 집중되어 서울-양방간,

혹은 대도시-지방간 격차가 큰 특성을 지닌다. 또한 공교육-사교육간의

격차와 서열화가 급격하게 두드러지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독일은 초

등교육부터 대학교육에 이르기까지 공교육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주별,

지역별로 자율성이 강하게 적용되어 지역간 서열화가 거의 없다. 이러

한 국가별 특성을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서울 강남 지역에 위치한 N

중학교, 독일에서는 중소도시 K시의 통합학교 IGS를 선정하여 연구 대

상으로 삼았다. N중학교를 선정한 이유는 한국사회의 가장 전형적인

일반중학교의 특성을 가졌으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활발히 논의 중인

혁신학교의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독일 IGS학교

를 선정한 이유는 통합학교라는 독일의 혁신 중등 공교육의 한 유형으

로 한국적 상황에 적용할 만한 유의미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

기 때문이다.

본 연구를 위해 관련 문헌조사가 실시되었고, IGS에 대한 현지조사는

2015년 1월부터 진행하여, 교장과의 심층인터뷰, 학교 탐방, 학부모들

과의 비공식적 담화, 학교 행사 및 학부모-학생-교사 간담회 등을 참여

관찰하였다. 설문조사는 2015년 4월 16일 방문하여 5학년부터 10학년

까지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총 26부를 현장에서 회수하였

다.4) 한편, N 중학교에서는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총 3일에 걸쳐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32명 근무 교사들 중에서 총 28부가 회수되었다. 이

연구에 사용된 설문지는 학교내 소통과 인재 그리고 미래교육에 대한

내부토론과 문헌조사 그리고 사전인터뷰 질문내용을 중심으로 수정, 보

4) IGS는 5학년-13학년까지 과정에 해당한다. 이중 5-10학년까지 설정한 이유는 이 기간이 한국

의 중등교육 기간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11-13학년은 한국으로 치면 고등학교 기간인데, IGS

에서는 대학입시준비학년인 짐나지움(Gymnasium) 상급 과정에 해당한다. 교사 인원으로 보

면, 5-10학년까지는 학년별 6개반, 각 교실별 2명의 담임이 있으므로, 총 70여명의 담임 교사

들이 있다. 하지만, 설문지 참여도가 예상보다 많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는 쉬는 시간에도 교

사-학생간 면담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90분마다 짧은 휴식(10분), 간식을 위한 긴 휴식(20분)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나, 정규 수업이 오후 1시까지여서, 현실적으로 교사들과 접촉할 시간

과 공간이 부족하였다. 또한 자발적이지 않은 이상 설문 참여를 강제할 수 없었다.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13

완한 것을 연구도구(3개 하위요소, 총18문항)로 사용하였다. 또한 수량

화를 통한 양적인 통계처리 방법에 의해 분석하고, 한국과 독일의 교육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의미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Ⅳ. 한-독 교사 대상 설문조사 내용 비교 분석5)

이상의 배경 설명과 연구 목적 및 방법론 소개에 이어, 본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각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지 비교 분석을 하고자 한

다. 설문지 및 각 항목별 응답 결과는 본 원고의 맨 뒤에 별첨해 두었

다. 설문 항목들을 살펴본다면 각 문항별로 분석할 내용이 적지 않다.

그리고 소통, 인재, 미래교육 이라는 세 개의 큰 범주 역시 분석적 차원

에서 할애할 지면이 더 많다. 그러나 여기서는 각 범주별로 유의미한

것들을 간추려서 소개하고자 한다.

1. 소통

학교 안에서 소통이 어려운 관계, 교사․학생․학부모․지역사회의 특성

및 요구가 학교 교육에 반영된 정도,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활성화 정

도, 학생의견 반영 정도, 대화에 대한 학생의 적극성 정도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두 학교가 유사한 정도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

체로 IGS 교사들이 소통에 있어서 다소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학교의 소통이나 소통에 대해 자기 스스로를 평가할 때, IGS 교사들

은 N중학교 교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그리고

IGS 교사들이 학생들과의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과의 대화시간을 마련하는 빈도나 소통 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문항의 답변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IGS 교사

들은 학교 소통이 어려운 이유에 대한 문항에서 기타 항목으로 ‘시간 부

5) 각 항목별 결과 비교는 별첨 참조.

14 교육철학 제56집

족’을 지적한다. 반면, N중학교 교사들은 이와 같은 언급을 하지 않는다.

IGS 교사들이 실제로 N중학교 교사들에 비해 소통에 더 많은 시간을 할

애하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함을 알 수 있다.

(그림 1) 학내 소통 문제

이러한 차이는 학생들과의 소통, 학생 소통능력 향상의 중요성에 대

한 두 학교의 교사들의 지니고 있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태도 차이를 개인 변수에서 찾기보다는 역사 문화적 배

경과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첫째,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으로서 나치에 의한 집단화와 획

일화 경험을 뼈저리게 반성한 바 있다. 주입식 교육과 암기중심의 지식

습득 등은 교실 문화에서는 금기에 가깝다. 초등 수학 내용 중에서 구

구단의 경우도 교사가 학생들에게 암기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둘째, 언어에 대한 강조가 유별난 것도 교육 문화의 특성이다. 서구

근대 문화에서는 언어로 구사되지 않는 생각과 감정들은 의미가 없다.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15

언어적 표현의 한계를 지적하고 비언어적 훈련을 통한 의미 전달이나

어떤 경지에의 도달 등을 높은 차원으로 여겼던 동양적 분위기와는 다

르다. 언어와 지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관련 학자들의 주

장에도 불구하고, 서양 문화, 특히 학교에서 언어-지능 연결고리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기도 한다.

(그림 2) 교사 자신의 소통점수

셋째, 단답형이나 교사가 원하는 정답만을 강조하는 경향성 대신, 창

의적이며 논리적인 사고 능력 배양을 추구하는 교육 문화 역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다음에 논할 인재 분야 설문 결과의 내용과 연관된다.

2. 인재교육

두 학교의 교사 모두 인재의 조건에서 ‘인간성이 좋은 학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또 인재 육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모두 ‘성급한 결

과주의’를 두 학교 교사 모두 가장 주요하게 보고 있다.

16 교육철학 제56집

성적과 모범적 생활의 상관관계, 엉뚱한 발상과 창의성의 관계, 인재

육성에 대한 현 공교육의 적합도 등의 문항에 두 학교는 대체로 유사한

답변 분포를 보인다. 하지만 모든 문항에서 IGS 교사들이 N중학교 교

사들에 비해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재 육성에 있어서 공교육에서 필요한 것을 묻는 문항의 경우 N중

학교 교사들이 ‘융합교육’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고려하는 반면, IGS 교

사들은 ‘실패 용인 교육문화’를 더 주요하게 여겼다.

인재상에 대한 대체적인 생각은 두 학교의 교사가 유사하지만, 그러

한 인재가 어떻게 길러지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한

국의 교사들이 인재 육성의 핵심이 어떠한 내용을 교육할 것인지에 있

다고 여기는 반면 독일 교사들은 학생들이 계속적으로 무엇인가를 시

도해보는 과정에서 인재가 육성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독일 교사들의 인재 관련 답변을 토대로 우리는 몇 가지 성

찰적 검토를 하고자 한다. 우선 양국 교사들 모두 품성의 중요성을 인

재 조건에 포함시킨 것은 고무적이다. 이는 곧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인재라는 의미에

서의 문화적 차이를 짚고 갈 필요가 있다. 한국어에서의 인재는 일단

지적 능력이 뛰어난 엘리트 유형의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가진다. 넓게

볼 경우, 어떤 분야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다. 한 영

역에서의 경쟁 관계, 자질의 서열화의 의미가 내재해 있다.

노동력의 극대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서구 자본주의 구조에서

이러한 경쟁과 자질의 서열화 역시 극대화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인재라는 표현을 영어로 번역하면, 재능(talent)을 가진 사람이 되

고, 독일어에서도 마찬가지 뉘앙스를 지닌다. 서구 문화권에서 탤런트

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주어진 능력을 말한다. IGS 교사들에게 있어

학교란, 학생들이 자기들의 탤런트를 발견하고 그것을 각자가 계발해

나가도록 돕는 과정이다. 이것은 통합학교라는 특성 또한 반영한다. 초

등교육 4년에 기반하여 인생 진로가 정해지는 것을 지양하고, 조금 더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17

시간을 두고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재능과 관심 영역을 찾

아가도록 도모한다.

(그림 3) 인재육성을 위한 공교육의 역할

통합학교이기에 반드시 모든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매진할 필요가 없

다. 입시에 필요한 과목에만 특출한 재능을 보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 반, 그리고, 한 책상그룹 안에서 누군가는 연기에 재능을

더 보이고, 누군가는 음악에, 또 다른 누군가는 만들기에 더 재능을 보

이기도 한다. 공부에 능한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만들기 수업이나

미술 등의 수업에서는 그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다른 영역에

서 각자의 재능이 서로 다르게 발휘되는 것을 경험하고, 그러한 다른

재능들이 공동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지를 배우는 과정이 강조되는 학풍이 통합학교 IGS에서의 인재 교육

시스템의 중추를 이루는 셈이다.

18 교육철학 제56집

통합학교가 아닌 일반 독일 학교 교사들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독일

에서는 엉뚱하고 창의적인 사고, 특히 환타지적 상상력이 유난히 긍정

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발견된다. 학생들이 많이 읽는 베스트 셀러들

도 모험, 추리, 마법 등의 요소들을 갖추었거나, 공상과학소설(SF)류이

다. 상상력을 극대화시킨 스토리텔링, 과장된 내러티브와 표현이 궁극

적으로 재능 계발에 유용하리라 보는 경향을 암시한다.

학교 공간이 학생들의 미래 삶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선험하

는 실험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재로 만들어지는 과정이기도 하

고, 모든 인재가 이미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IGS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모든 학교가 후자에 해당한다. N 중학교 나아가 한국의 학

교들은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가 강하다고 보여진다. 이 두 관점은 각

각 장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에서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가

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반면, 독일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

을 우선시하거나 지나치게 다그치지 않는다. 수업 내용의 기준을 제시

할 뿐, 그것을 따라오는지의 여부는 학생 개개인의 몫으로 넘긴다. 못

따라온다면 그건 그 학생이 그 분야에 자질이나 흥미가 없기 때문으로

간주한다. 직업에 대한 귀천 의식과 수입 격차가 비교적 낮은 탓에, 10

학년 이후 직업학교나 대학 진학준비반으로 가는 것이 자질의 서열화

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학업 성취도가 곧 자아 성취도와 직결되

고, 대학 입시가 중요한 한국 교육 문화의 맥락에서 보면 이러한 독일

교사들의 태도는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동기유발을 시키거

나 독려하는 방식과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각자의 재능들을 도드라

지게 하느냐, 아니면, 다소 획일화된 방향성에 맞도록 조정하거나 억눌

려야 하느냐 등의 논의는 아래의 미래 지향적 교육과 직결된 문제이므

로, 소통, 인재에 이은 연장선에서 미래교육 문제를 다루도록 하겠다.

3. 미래교육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19

30년 후 미래 교육의 전망에 대해서는 두 학교 모두 보통 수준의 평

가를 내렸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과 협력이 지식 형성과 창

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N

중학교 교사들이 대체로 ‘보통’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IGS 교사들

은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IGS 교사들 중 부정적으로

평가한 교사가 없었다. 이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N중학교 교사들은

제도와 현실적인 상황의 어려움을 그 이유로 뽑고 있었다.

(그림 4) 인재의 조건

이러한 태도는 현 교육시스템의 해결방안에 대한 문항으로 통해 더

욱 확연히 드러난다. N중학교 교사들은 해결방안으로 ‘공교육 정상화’

를, IGS 교사들은 ‘창의중심 융합형 교과과정’을 가장 크게 고려하고 있

었다. N중학교 교사들이 교육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상황 자체를 문

제로 인식한 반면, IGS 교사들은 현 교육시스템 안에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의 개선을 지적하였다.

20 교육철학 제56집

이러한 차이는 현 교육이 작동하는 두 국가의 현실적인 상황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한국의 경우,

어떠한 제도적 변화나 교육내용의 혁신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따라서 더욱 근본적인 부분

에서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림 4) 소통과 창조 공간으로서의 수업

두 국가의 교육 현실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한 인식 차이에도 불구하

고, 30년 후 미래 교육에 대한 전망이 두 학교 모두에서 보통 수준으로

나왔다는 점은 보다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미래 교육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이유에 대해, N 중학교 교사들은 다양화, 다원화의 인식

이 서서히 개선되는 점, 교사들의 노력, 지난 사반세기 동안의 발전의

경험, 다양한 개선 방안 제시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이는 구조적 변화가 가능할 거라는 믿음과 더불어 그 필요성을 확인하

게 해준다. 반면에,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들도 교육 구조적이면서 동시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21

에 사회 구조 전반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학교 공간만이 아닌 사회

모든 분야가 곧 교육이기 때문에 미래 전망도 부정적으로 보기도 하고,

그래서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의 결여가 걸림돌이 되며, 양극화된 사회

에서 가진 자 중심으로 교육이 집중되는 현상, 따라서 점점 다양해지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힘든 현실 등이 지적되었다. 이는 구조적 문

제라는 같은 현상에 대한 개인적 관점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사 개인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IGS 교사들이 미래교육 전망을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구조적이라기보다는 다소 현재의 “추세”에 기인한다. 긍정적으로 보는 이

유로 그들이 꼽은 것은, 부모들의 요구가 늘고, 개인 중심 그리고 보다

포용적인 교육의 증가, 통합학교 수가 늘어나는 등의 현상에서 찾고 있

다.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에서도, 포용적 교육이 아직 충분히 제도화되지

않은 점, 경제적 효용성 차원에서만 교육을 다루려는 추세, 성적 위주나

과거 교육 패러다임에 얽매이거나 하향평준화 경향성 등을 꼽았다.

이러한 지적들을 연구자가 몇몇 독일 학부모, 교사들과 진행한 비공

식 인터뷰 내용으로 보완하자면, 몇 가지 흥미로운 독일의 학교 문화

특성을 도출할 수 있다. 과거 동독 지역은 일단 차치하고, 서독 지역에

서는 여전히 학부모들이 자기 자녀들을 되도록 늦게 진학시키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집단화 교육에 대한 우려이자, 공교육의 영향을 최소화하

려는 의지로 읽을 수 있다. 주중에는 적당량의 숙제가 주어지나, 금요일

이나 방학 기간에는 숙제를 내지 않는다. 가족과의 시간, 친구와의 놀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이며, 이는 부모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연구자의 학교 현장 관찰에 따르면, 학생이 굳이 하기 싫어하면 굳이

그것을 하도록 요구하지 말아달라고 학부모가 직접적으로 교사에게 제

안하기도 한다. 대학 진학준비반으로 자녀를 입학시키는 어느 고학력 동

양인 부모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것보다, 행복하게 학교 생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독일 교사의 표현을 듣고 무척 놀랐다고 한다.

22 교육철학 제56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이나 대학 진학이라는 실질적인 이해 요구가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에 대한 우려를 내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예전보

다 더 많은 방과 후 프로그램들—설령 그것들이 학업적인 것이 아닌 스

포츠와 취미 생활적인 것이라 하더라도—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제적으

로 진행되는 여러 가지 경시대회와 미국 주도의 랭킹 시스템의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의 압력들을 큰 문제로 여기지 않

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현재 IGS가 위치한 지역의 추세로 본다면 통합

학교 유형이 점점 각광을 받고 있고 지역 정부로부터의 지원도 그런 식

으로 집행되고 있다. 이는 제도적 차원에서 미래 지향점이 어느 정도

성립되었다는 증거이다. 즉, 기존의 서열화를 고집하기 보다는 다양성

과 다원화, 개인별 창의성 강조와 더불어 그룹 단위의 협력 방법의 숙

지 등이 중고등 교육에서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매우

중요하다

중요

하다

보통

이다

중요하지

않은

편이다

전혀

중요하지

않다

① 글로벌 창의 인재

(글로벌 시대를 주도하는 창의인재)5 17 5 - -

② 글로벌 시민

(세계시민 의식을 소유한 사람)5 19 3 - -

③ 다재다능한 멀티플레이어형 인재

(한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다른 분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

3 14 9 1 -

④ 통섭/융합형 인재

(스티브 잡스와 같은 인문학적 소양과

과학기술 역량이 결합된 인재)

5 19 3 - -

⑤ 전문가형 인재

(한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사람)5 17 5 - -

⑥ 도덕적 품성과 시민성을 갖춘 사람 18 7 3 - -

⑦ 핵심역량(사고능력, 문제해결력, 대인

관계능력, 자기관리능력)을 갖춘 사람17 7 4 - -

<표 1> 미래 한국의 인재상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23

한편 미래 한국의 교육 비전과 관련해 N중학교 교사들은 ‘세계 시민

의식과 글로벌 마인드를 키우는 교육’, ‘공생발전과 교육정의를 실현하

는 교육’, ‘삶의 질, 사회의 질을 높이는 교육’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

했다. 또한 미래 교육의 인재상과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도덕적 품성과

시민성을 갖춘 사람’과 ‘핵심역량(사고능력, 문제해결력, 대인관계능력,

자기관리능력)을 갖춘 사람’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밖에 ‘글로벌 시민’,

‘통섭/융합형 인재’, ‘전문가형 인재’ 등을 미래인재로 생각했는데, 전체

적으로는 기능적 능력보다 인간성을 인재상에 더 중요한 덕목으로 간

주하고 있다.

Ⅴ. 결론: 독일 IGS 교실문화의 시사점

한국과 독일에서 중등학교를 선정하여 교사 대상 설문조사 내용에

대한 비교 분석 결과 유의미한 유사성과 차이점이 발견되었다. 우리는

차이점에 대해 좋고 나쁨의 가치 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지역적 역사적

특성을 고려하여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중등교육 성찰에

유용한 몇 가지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독일 IGS학교는 3중 학제로 서열화된 기존 독일 중고등교육 시스템

에 대한 대안으로 1975년 개교한 통합학교이다. 3중 학제, 즉, 짐나지움

(5-12/13학년, 대학진학 진로), 레알슐레 (5-10학년, 전문기능직 취업 진

로), 그리고 하우프슐레 (5-9학년, 일반기능직 취업 진로)는 기존 계급

계층의 서열화를 재생산하고, 아이들의 진로를 조기에 결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여기는 정치가, 교육자, 학부모, 건축가들이 수 년간 모색하

여 공교육 내에 설립한 대안학교가 바로 IGS이다. 통합학교는 하여, 서

로 다른 배경의 아이들이 함께 소통하고 배우며 서로의 재능을 발현시

키고 인정하는 학습 경험이 매우 중요한 개교 이념이었다. 이렇게 개인

의 창의성과 팀워크 능력을 동시에 함양하는 교육 이념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치 수학의 차원 분열 도형 (fractal)처럼 작은 단위

24 교육철학 제56집

에서부터 전체 학교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녹아들어가야 했다.

IGS의 이념은 책상그룹(Tischgruppen, desk group)이라는 구체적 시

스템으로 구현되고 있다. 책상그룹은 한국의 일반 학교들에서 실시하는

모둠과 유사하며, 대안학교들은 이러한 모둠을 더 많이 실천하는 것으

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IGS에서의 책상그룹은 “일관성”과 “지속가능성”

이라는 차원에서 한국 학교들의 모둠 활동보다 역사와 깊이를 보인다.

IGS의 책상그룹은 차세대가 이끌 새로운 미래 사회를 아주 작은 단위

로부터 시작하여 몸에 배도록 하는 문화적 기제이다. 책상그룹의 원리

는 공간 배치부터 인원 구성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된다.

먼저 공간 배치부터 보자. 초기 IGS 건립을 위한 모임에 참가한 건축

가들은 각 학년이 한 공간에 사각형으로 모여 하나의 클러스터로 구성

되도록 했다. 즉, 6개의 교실과 교무실이 둘레를 이루고, 그 가운데는

마치 거실처럼 공동 공간을 두었다. 각 교실 안에는 6개의 책상들이 하

나의 그룹을 이루어 앉도록 한다. 평면도를 상상해 본다면, 책상의 작

은 네모들이 그룹으로 모이고, 그 그룹들이 모인 교실들이 둘레로 배치

된 형상이다. 그리고 그러한 각 학년별 클러스터들이 좌우 지그재그형

층으로 배치되어 있다. 각 학년들은 그 클러스터 안에서 자율성이 보장

된다. 즉, 학년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업 시간을 짜서 운영한다.

인적 구성 차원에서의 책상그룹은 개인별 서열화가 아닌 다양성에

기반한 창의력과 공동체 협동 능력 함양을 추구한다. 하나의 책상그룹

6명은, 남학생 3명, 여학생 3명이며, 그들은 3명의 짐나지움 추천자, 2

명의 레알슐레 추천자, 1명의 하우푸슐레 추천자로 구성된다. 서로가

원래 어느 학교를 추천 받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기들끼리 얘기하면서

밝혀지는데, 그것이 서열화 또는 차별화로 나타나지 않는다. 체육 시간

등을 제외한 80 퍼센트 이상의 수업들은 이 책상그룹 단위로 진행한다.

학생들은 그룹별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는 것이다.

학습, 실습 등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며 서로의 재능과 장점을 인정하

면서 서로 협력하여 이루어 나가는 긴 호흡의 과정이다.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25

(사진 1) 책상그룹으로 구성된 교실

(사진 2) 책상그룹으로 구성된 교무실

26 교육철학 제56집

(사진 3) 거실처럼 교실들 가운데 위치한 공동공간

이 책상그룹은 모든 교사 및 교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교사들도 6인 1책상그룹으로 구성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교무실에

가보면 실제로 교사들의 책상들이 그룹별로 모아져 있고, 파티션이 되

어 있지 않다. 행정 직원들 역시 업무 공간은 달라도 4-6인으로 구성된

어느 그룹엔가 반드시 속해 있다. 그리고, 그 그룹을 중심으로 일에 대

해 의논하고, 문제가 있으면 그 단위를 중심으로 해결한다.

학교의 정책이나 방향 결정도 위의 책상그룹이 제일 작은 단위로 움

직여서 그게 모아지는 식의 절차식 민주주의 원칙을 따른다. 교장이 지

시한다고 아래로 내려가는 게 아니라, 교장의 의견도 단위를 거쳐서 최

종 의결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교장이라 해도 그가 제일 높은 자리

에 있는 게 아니라, 교장은 소위 본인 포함 3인으로 구성된 교장단의

대표격이라서, 일단 자기 의견을 교장단에 내고, 그 교장단이 합의하면,

그 다음 교직원 대표들과의 논의체에 제출하고, 거기서 다시 각 책상그

룹에 전달되어 의논하게 되고, 각 책상그룹에서 나온 찬반의 의견이나

다른 제안들이 위로 다시 모아져 최종 결정을 보게 된다.

이러한 책상그룹 실천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약속”하여 참여하는 문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27

화의 양식이다. 그리고 그런 약속들은 그냥 문서화되거나 박제화된 것

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실천하면서 몸으로 익혀 나가는 “과정”이자 “서

사”이다. 그것은 일상의 경험이 되고 몸에 익혀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

고 그 활동은 목표 달성 중심이 아니라 어떤 과제든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본다는 점이 유의미하다. 이것은 만들어진 것들

의 답습이 아니라 서로가 만들어가는 진행형이자 미래지향성을 함의한

다. 따라서 이 책상그룹 활동을 통해 우리는 IGS 교실문화란 과거로부

터 전승되는 산물들의 합을 넘어서, 관계를 통해 그 합이 새롭게 만들

어지는 과정의 산물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교실 문화의 핵심이자,

미래 지향적 교육과 그에 걸맞는 인재 양성이라는 현재적 과제에서 소

통이 필수조건이자 그 자체가 목적임을 책상그룹을 통해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소통을 통해 전이되는 것은 언어와 몸짓을 통한 개인별

세대별 문화이자, 미래지향적 열망이다. 사회인류학자 아준 아파두라이

(Arjun Appadurai, 2004)는 열망이라는 개념을 통해 과거로부터 습득된

행위 규범으로서의 문화 개념에 미래 지향적 실천 행위를 포함하기를

제안하였다. 개인의 열망 또한 그가 속한 계층 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서로 다른 집단이나 개인들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열망의 범위

가 넓어지며 동시에 그러한 열망들을 실현하는 실천 행위들이 구현된

다. 열망은 곧 단순한 소원이 아니라, 교류와 소통을 통해 서로가 함께

만들어낸 미래 지향적 목표이며, 그것을 향한 구체적인 실천의 총체인

것이다.

인종 및 민족적 다양성과 가치의 다원화의 흐름이 지배적임과 동시

에 그에 못지않은 역류와 저항으로 민족, 종교적 타자화와 갈등이 격해

지는 현 세계화의 맥락에서 소통과 교류에 필요한 전제는 캐나다 철학

자 찰스 타일러(Charles Tylor, 1994)가 제안한 “인정의 정치(the politics

of recognition)”이다. 이는 타문화에 대한 다름의 인정만큼이나 소수자

정체성도 인정할 줄 아는 문화적 감수성과 그에 걸맞는 제도적 뒷받침

을 필요로 한다. 현대 사회 전반을 배경으로 한 이 두 이론가들의 제안

28 교육철학 제56집

은 교육 현장에 적용했을 때 더욱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국가 차원에

서 강조되는 학습의 내용과 방법, 국제적 추세를 고려한 교사, 학부모,

그리고 학생 주체들의 다양한 열망들이 공유되고 구현되는 공간이 바

로 교실이기 때문이다.

IGS는 2015년 현재 개교 40주년을 맞이했다. 그 40년을 회고하는 일

은 곧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울프강(Wolfgang

Vogelsaenger) 교장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70년대 초반에 구상한

미래와 앞으로 다시 3-40년에 대한 전망은 매우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불확실성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

게 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뚜렷한 미래상을 갖고 목표

를 향해 질주하던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미래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미래는 결국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교육

은 그렇게 미래를 만드는 과정이자 그 미래의 주역을 길러내는 문화적

공간이다. 독일의 IGS나 한국의 교육자, 학부모들이 지향하는 바가 크

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의 자녀들이 미래의 자기를 찾아

가는 자아와 그런 자아들의 관계 맺기가 보다 역동적으로 구현되는 학

교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경험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실험

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선택의 자유를 충분히 주되 자기 선택에 책임을

지는 주체적 자아를 양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구현되는 교실에서 출발

하는 것이다.

IGS의 책상그룹 시스템이 시사하는 바는 그러한 교육 철학과 바램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구현되는 “판”을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 거대한 이

상적 표어와 담론을 자꾸 만들어 내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한국

과 독일의 학교를 교사 중심으로 비교하면서 본 연구가 제시하고자 한

문제의식은 미래 지향적 교실 문화에서 소통의 중요성이었다. 독일 IGS

통합학교와 N중학교에서 소통은 모두 중요하게 나타났으나 그 소통의

내용과 방법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통은 어떤 목표를 이

루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래서 시간 낭비가 아니다. 미래 인재라는

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29

목표는 미리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관계 맺음을 통해 서로가 확

인하는 과정이자 그 자체로 미래교육인 것이다. 그 미래는 우리 실정에

맞는 지속가능한 소통의 시스템을 교실에서부터 구현하는 현재의 일관

된 배려와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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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일 학교 교사 인식에 기초한 소통중심 미래교육 탐색 33

<Abstract>

A Search for a Communication-Oriented Future Education Based on a Survey of Korean and German School Teachers

Kim, Hyun-Chul·Jung, Jin-Heon

This study examines classroom cultures of German and South Korean

secondary schools in comparative perspectives. It aims to retrospect

current education systems in the context of local specificities, and

contribute to the present discussions on future education. We analyze

survey results that are collected from German and Korean teachers

respectively. The questionnaire includes questions about such themes as

communication, talented people, and future education. The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in each category are interpreted in cultural relativist

perspective that appreciates different historical and cultural contexts of

each country. Eventually, this article introduces the ‘desk group’ system

that constitutes and sustains the essential philosophical ideas of the

German school. It is argued that communication is key content and

method by which the desk group is operated among not only students

in classroom but also teachers and parents to achieve both individual

oriented learning and teamwork experiences constituting a sustainable

classroom culture.

Key words: communication, talented people, future education, classroom

culture, German-Korean school comparison, desk group

(2015. 6. 11 원고접수/ 2015. 6. 28 심사완료/ 2015. 6. 28 게재확정)